"아직 국내 기업은 `디자인` 하면 스마트폰이나 고급 가전 같은 하이테크 제품 위주로 생각합니다. 사실은 수도꼭지 같은 로테크 제품일수록 기능 차별화가 힘들어 디자인을 통해 구매 여부가 더욱 많이 갈립니다."
모토디자인 송민훈 대표(54)는 국내 산업디자인의 산증인이다. 디자인 컨설팅의 개념조차 모호했던 1988년 그는 디자인 전문회사를 세웠다. 당시엔 한두 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디자이너가 16명에 달하고 1500건이 넘는 디자인을 생산했다. 버스카드 단말기, 여행캐리어, 정수기 등 디자인 대상은 다양하다. 특정한 제품뿐 아니라 명함부터 사무실 인테리어, 건물 외관까지 모든 것을 하나의 이미지로 통일해주는 종합 디자인 컨설팅도 진행했다.
"1994년 삼성에서 출시한 삐삐 `XING`이 기억에 남네요. 당시 무선호출기 시장에선 모토롤라가 절대적이었는데 사각틀을 벗어난 디자인으로 단번에 시장 판도가 바뀌는 경험을 했죠."
시중에 유통되는 일반 소비재에만 전문 디자인이 적용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모토가 디자인한 제품 중에는 국산 중공업계 제품도 많다.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만든 공작기계, 현대중공업 변압기부터 삼성의 풍력발전기까지 포함돼 있다.
"공장에서만 쓰는 기계에 디자인이 왜 필요하냐고 묻는 분도 있었죠. 하지만 배색을 어떻게 넣고 손잡이 모양은 무엇으로 채택하는지에 따라 같은 기계라도 근로자가 실수할 가능성이 엄청나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깔끔하고 산뜻한 색상으로 작업장 분위기가 전환되는 것은 기본이고요."
색상에 통일성이 없고 세련미도 없는 기계는 경쟁력이 약하다. 오랜 역사를 배경으로 브랜드 가치가 확고한 유럽의 산업용 기계에 비해 국산 기계는 같은 기능, 비슷한 성능을 가지고도 30% 이상 싼 이유가 디자인 때문이라는 게 송 대표 생각이다.
디자이너로서 `색`에 관심이 많은 그는 2009년 LED 조명 브랜드 `엘린라이트`를 출시해 조명시장에도 도전하고 있다. 테마는 때에 따른 조명 변화를 통한 힐링인 `컬러테라피`다. LED를 활용해 필요에 따라 조명색상을 1만8800가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아날로그 조명시대엔 조명을 먼저 개발한 선진국 브랜드를 따라잡는 게 거의 불가능했죠. 기술력이 아니라 이미 쌓아온 브랜드 가치 때문입니다. 디지털 조명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세계 조명시장에서 새로운 선두주자가 탄생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습니다."
창의력이 가장 큰 무기인 디자인 업계에서 25년 동안 경영자를 넘어 현직 디자이너로 뛰어온 송 대표는 기업에 있어 `브랜드 정체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