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에서도 중국의 성장세가 무섭다. 세계 수주량 1위 자리를 두고 우리나라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중이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 최대 국영 조선 업체인 중국선박공업집단(CSSC)이 1만8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선박을 수주했다. 2000년대 들어 중소형 저가 선박 물량을 싹쓸이해온 중국이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인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까지 발을 들인 셈이다.
중국 기업이 급성장한 데는 거대 내수 시장과 중국 정부 지원이 한몫했다. 13억명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은 도시화율이 50%를 넘어서면서 2030년 도시 인구만 10억명에 달할 전망이다. 덩달아 중국 근로자 임금도 급증하면서 지갑이 두둑해진 이들은 중국 기업들이 생산한 스마트폰, TV 등 고가 IT 제품을 거리낌 없이 구입한다.
중국 고급 TV 시장 규모는 2012년 55억달러로 북미 지역 규모를 이미 앞질렀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규모도 지난해 3억대로 세계 시장의 30%를 차지할 정도다. 중국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올해 5억명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중국 정부도 힘을 보탰다. 2015년까지 IT 부문에서 매출액 1000억위안 이상 대기업 5~8개를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디스플레이 자급률을 2015년까지 80%로 늘린다는 목표 아래 각종 보조금 지원, 저리 대출로 기업을 키워왔다. 2012년 4월에는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수입관세를 3%에서 5%로 올려 자국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에 나섰다.
충칭시는 지난해 디스플레이 기업 BOE에 328억위안(약 5조4000억원)을 투자해 최첨단 8.5세대 LCD 생산라인 구축을 지원했다. 덕분에 지난 몇 년간 적자에 시달렸던 BOE는 흑자로 돌아섰고 삼성, LG디스플레이에 이어 세계 3위권 디스플레이 기업으로 도약했다.
이 밖에 CSOT, CEC판다 등 중국 업체들은 정부 보조금과 TV 수요 확대를 기반으로 대형 LCD 생산라인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이 단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 형태로 공장을 운영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탄탄한 기술력을 갖추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에 힘쓰도록 도왔다. 덕분에 중국 내 연구개발비가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0.9%에서 지난해 2.1%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흑묘백묘(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실용주의 기반의 경제 정책)’를 바탕에 둔 경제 발전 최우선 정책은 외자 유치에 큰 기여를 했다. 한때 연 100억달러에도 못 미쳤던 외자 기업 투자액은 어느새 1000억달러 이상으로 높아졌다.
외자 기업은 중국 가공무역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지난해 외자 기업은 중국 광공업 기업 매출액의 23.5%, 전체 수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최근 그 역할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중국 제조업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외자 기업 유치는 단순히 자국에 공장 하나를 더 짓는 효과만을 발휘하지 않는다. 중국에 진출한 외자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에 여러 노하우 전수는 물론 기술 이전, 인재 양성에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양질의 노동력도 중국 산업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중국 전문대 이상 연간 졸업생 수가 2000년 113만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957만명으로 급증했다. 인건비는 약 5.5배 올랐지만 대졸자 공급 인력은 8.5배 늘었다. 근로자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기업 생산성은 더욱 향상됐다.
중국 내 기업 숫자가 급증한 것도 눈길을 끌 만한 요인이다. 2000년 16만3000개에 불과했던 광공업 기업 수는 2012년 34만4000개로 늘어났다. 특히 민간 기업 숫자가 급증했다. 2000년 중국 내 민간 기업은 2만2000개였지만, 2012년 18만9000개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민간 기업 매출액 비중도 2000년 5.7%에서 2012년 30.7%로 급증했다. 도전과 경쟁을 무기로 삼은 중국 기업가들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모방에서 창출로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한때 중국 기업 기술력이 형편없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젠 옛말이 됐다. 스마트폰 대중화로 제조기술이 표준화됐고 부품 조달도 쉬워져 중국 신생 기업들도 얼마든지 싼값에 고품질 스마트폰을 내놓는 시대가 됐다. 중국 신생 스마트폰 업체 ‘원플러스’가 내놓은 스마트폰 ‘원(One)’의 경우 응용프로세서는 삼성전자 갤럭시S5와 같은 모델을, 화면표시장치는 LG전자 G프로2와 같은 모델을 쓰지만 가격은 299달러(약 30만원, 16GB 기준)에 불과하다. 갤럭시S5(699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국 기업 급성장은 한국에도 위협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국내 증권가에선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업체인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에도 못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됐고 중국 업체들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도 지난 2월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중국 IT 업체가 낙후됐다고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중국 업체들의 성장속도가 워낙 빨라 굼뜨면 죽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중국과 비교한 우리나라 부품 산업 경쟁력도 갈수록 악화되는 분위기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중국 부품 산업의 수출경합도는 2000년 0.36에서 지난해 0.43으로 확대됐다. 수출경합도가 1에 가까울수록 양국 수출구조가 유사해 경쟁이 심화된다는 의미다. 특히 조립금속, 일반기계, 수송기계 등 3개 부품 산업에서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 경쟁우위 수준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추격이 거센 만큼 하루빨리 핵심 부품, 소재 산업을 육성하고 수출상품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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