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인공관절로 '양반다리'도 가능
지난달 30일 오른쪽 무릎에 이어 지난 7일 왼쪽 무릎에 인공관절수술을 마친 주부 홍승길(75·경기 성남시)씨는 마음이 한 결 편하다. 홍씨와 그의 남편은 워낙 여행을 좋아해 1년에 한 번 이상은 해외여행을 나갔는 데, 홍씨의 무릎 때문에 2년정도 마음대로 여행을 즐길 수 없었던 것. 홍씨는 “혹여 인공관절수술이 아프지는 않나 무서워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며 “6개월이 지나야 정확히 알겠지만 벌써부터 여행갈 날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정형외과 의사 아들 둔 노모의 선택
수술 직후 홍씨는 며칠간 병실에서 물리치료사의 방문 재활치료를 받았다. 열흘 정도 지나자 9층 병실에서 7층 물리치료실까지 혼자 힘으로 내려가 재활운동을 받고 있다. 30여년의 전직 간호사 출신 답게 치료에 적극적이다. 홍씨가 인공관절수술을 받기 위해 선택한 곳은 성남 분당에 위치한 서울나우병원. 그가 이 병원을 오게 된 사연이 귀를 솔깃하게 한다.
홍씨는 "아들이 정형외과 의사인데, 이 병원과 함께 한국형 인공관절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다"며 "한국인 체형에 맞는 인공관절이라니 마음이 확 쏠려서 대학병원 예약을 취소하고 왔다"고 말했다.
- ▲ 서울나우병원에서 한국형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홍승길씨가 담당의사로부터 재활치료 등 수술 후 무릎 관리 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 <신지호>
◇1년여 만에 1000번 째 수술
홍씨는 서울나우병원이 실시한 한국형 인공관절 1000번째 수술 환자다. 홍씨는 1000번째 수술을 받은 기념(?)으로 치료비의 일부를 병원이 부담키로 했다. 서울나우병원은 지난해 6월부터 한국형 인공관절수술을 실시했고, 그간 700여명의 환자가 이 수술을 받았다. 한국형 인공관절은 말 그대로 인공관절을 한국 사람의 체형이나 생활 패턴에 맞게 만든 인공관절이다. 기존 인공관절은 서양인의 입식 생활에 맞춰 설계됐기 때문에 무릎이 구부러지는 각도가 110도 정도로 작았다. 양반다리를 하거나 쪼그려 앉는 경우가 많은 한국인의 생활과는 상당부분 거리감이 있던 것이다. 단순히 인공관절의 크기를 줄인 것이 아니라 500명의 국내 환자 무릎을 관찰해 디자인 자체를 한국 사람에게 맞췄다.
서울나우병원 강형욱 대표원장은 "무릎은 위아래로 여섯 방향으로 움직이고, 좌우로 세 방향으로 틀어져야 하는 데, 한국형 인공관절에 쓰인 모바일 베어링 방식이 이를 가능케 했다"고 말했다.
모바일 베어링 방식이란 관절의 움직임을 자유롭게 도와주는 장치로, 관절의 구부리는 각도가 클 수록 마모도가 많아 오래쓰지 못한다는 기존 관념을 극복하게 만들었다. 인공관절 일부 표면을 금속 사기로 덮어 마모도를 떨어 뜨렸다.
강 원장은 "한국형 인공관절을 임상에 적용하기 전에 수십·수백번의 실험을 했는 데, 80㎏의 무게로 700만번을 눌러도 끄떡이 없었다"며 "실험대로라면 한 번 수술로 평생을 쓸 수 있을 정도의 내구성을 지녔다"고 말했다.
◇최소 절개 등 환자의 입장에 서서
강 원장이 한국형 인공관절 개발에 성공한 데에는 30년 이상의 미국 임상 경험이 주효했다. 3년여에 걸쳐 연구를 했고, 독일 인공관절 전문제조업체에 위탁해 2009년 12월에 국내 식약청 수입허가를 취득했다. 제조는 독일 업체가 하지만, 일련의 판권은 서울나우병원이 가지고 있다.
강 원장은 "한국형 인공관절을 개발하기 전에 피부 절개 자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수술 기구 등을 개발했다"며 "이를 통해 한국형 인공관절수술은 7~9㎝만을 절개하는 수술로, 모든 과정은 한 시간 반이면 끝난다"고 말했다.
서울나우병원의 한국형 인공관절수술은 수술 자체 뿐 아니라 수술 이후의 치료도 눈길을 끈다. 15분마다 정맥에 약물이 들어가는 방식으로 통증을 최소화 하는 방법 등 통증 관리 방법만 10여 가지가 넘는다. 환자의 상태나 일상 패턴에 따라 달라진다. 물리치료도 활발해 4주 정도가 지나면 보조기구 없이 걸을 수 있다. 또 서울나우병원은 의사가 환자의 대기실로 찾아가 진료하는 방식으로 당일에 모든 진료가 이뤄진다. 병원 시스템 자체가 철저히 환자 편의에 맞게 설계돼 있다.
강형욱 원장은 "한국형 인공관절을 개발했다는 것 자체가 환자의 입장에서 병원을 이끌겠다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무조건 수술을 권하는 것이 아니며, 자기 관절을 최대한 쓸 수 있는 비수술요법이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