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의 해가 저물고 청양의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중소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어려움과 푸념은 갈수록 깊어만 가고 있다. 특히 기술력이 있고 잠재력이 강한 국내 자생기업들이 일시적인 자금압박이나 유가하락 등 외부환경에 의해 갑작스레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새해벽두부터 더욱 가슴이 저며온다.
미래 비전과 함께 신기술로 무장된 기업이라해도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거나 확실히 자리매김될 때 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중도에 탈락하거나 도산의 위기로 내몰리는 기업들을 볼때 마다 안타까움이 밀려드는 것을 어쩔수 없다. 한국베어링협회장 재직시절에도 갑작스러운 경영난으로 알토란 같은 중소기업들이 울며겨자먹기로 사업을 접는 것을 보면서 기업인으로서의 고통과 분노를 느낀 것도 한두번이 아니다.
이제는 경쟁력있는 중소기업들이 일시적 자금 부족이나 예기치 못한 환경변화로 위기에 내몰렸을 때 단순히 숫자로만 그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지 말고 그 업종의 미래가치, 기술력 보유 상태, 세계시장의 점유가능성 등 여러 관점에서 두루 살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더욱이 단순한 금융지원만이 아닌 M&A를 포함한 보다 세부적이고 과감한 지원정책이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부실이 우려되는 중소기업을 미리 챙겨서 선제지원하는 것도 정부 부처의 또 다른 존재 이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 봉제 기계산업의 독보적 기업으로 꼽히던 썬스타라는 중견기업을 대표적 사례로 꼽고 싶다. 이 기업은 남다른 기술력으로 이미 글로벌기업의 반열에 올랐으나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2013년 초 결국 부도에 직면하게 된다. 힘겨운 고비를 넘기며 임직원 및 협력업체의 노력으로 기업회생이라는 부활의 꿈을 이루고자 안간힘을 쓰는 이 기업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1973년 설립된 썬스타는 산업용 미싱을 생산 수출하고 나중에는 컴퓨터 자수기를 개발, 세계 1위 자수기와 세계 3위 산업용 미싱시장 점유율까지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하던 기업이었다. 직원 1000여명에 연 2600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고공성장을 이뤘으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키코’라는 금융파생상품으로 인해 약 1000억 원의 손실을 보면서 사양길에 접어들게 됐다. 그후 산업은행의 펀드와 지원이 있었으나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 경제불황까지 덮쳐 결국 2013년 초 부도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했다고 한다.
법정관리 중 M&A를 시도하였으나 두 번 실패하고 세 번의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 수를 1000여명에서 150명으로 줄이며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이 업체를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의 ‘힘겨운 일생’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는 듯 하다.
임직원은 물론 국내 판매처, 해외 바이어를 비롯한 협력업체들 그리고 동남아시아, 중남미, 미주 등에서 세계 봉제산업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국내 기업인들은 이미 세계적인 브랜드와 이미지를 확보한데 이어 수많은 특허와 기술력을 보유한 썬스타의 회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원리정책에 정부의 지원이나 관심은 멀어진 채 오로지 산업봉제기계 산업이 국내에서 사라지는 것을 끝까지 사수해 보겠다는 신념으로 임직원을 비롯한 협력업체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회생계획안을 만들어내며 미생에서 완생을 지향하는 모습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썬스타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부활한다면 단순히 한 중소기업의 홀로서기 승리라는 의미 외에 한국이 봉제산업기계의 메카로서 세계 1위 기업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청양의 해를 맞이해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거듭 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일근 전 한국베어링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