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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왜 강한가…도제식 숙련공·마이스터 극진 대우
✍️ 신륭기공 📅 2012.07.09 00:00 👁 16
[부품·소재산업이 미래 경쟁력]독일 왜 강한가…도제식 숙련공·마이스터 극진 대우
기사입력 2012.07.09 09:31:12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우리는 독일 부품산업의 무엇을 배워야 할까. 현지 취재와 전문가들 의견을 종합해 독일이 부품 강국이 된 비결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1. 클러스터보다 네트워킹

지리적 조합보다 지식을 공유

소비재 박람회 Ambiente, 철도차량 및 수송기술 박람회 INNOTRANS, 정보통신 박람회 CeBIT, 태양광 박람회 Intersolar.

이들의 공통점은 세계 최대 규모라는 것, 또 독일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독일은 왜 이렇게 박람회를 많이 하는 걸까.

크리스토프 버거(Christoph Burger) ESMT 교수는 “원래는 중소기업 간 정보 교류 차원에서 작은 모임을 갖던 게 점차 커진 것”이라며 “독일 기업들은 ‘나눌수록 더욱 강해진다’는 믿음을 갖고 힘 없는 창업 초기부터 네트워킹(Networking)을 통해 얻은 지식을 현장에 적용하는 데 익숙하다”고 풀이했다.

독일 바이에른주는 BMW, 폭스바겐 등의 공장이 밀집해 있는 자동차 부품산업의 메카다. 2000여 부품업체가 참여한 ‘BAIKA’라는 협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눈길을 끄는 건 단순히 한국처럼 공장, 학교 등이 밀집돼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 멀리는 수백㎞씩 떨어져 있지만 특정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인근 프라운호퍼 연구소, 뮌헨공과대 등과 순식간에 이합집산하는 게 특징이다. 각자 독립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되 그 결실을 상호연계, 즉 네트워킹을 통해 더욱 발전시킨다는 개념이다.

이합집산 방법도 다양하다. 프라운호퍼연구소처럼 기업들이 지분을 대 당장 쓰일 과제를 기획해 공동 개발하는 것부터, 지금은 갈라섰지만 삼성과 보쉬가 협력사를 만들듯이 언제든 손을 맞잡는다는 식까지, 안 될 일이 없다.

카트야 헤셀 바이에른주정부 차관은 “클러스터란 개념보다는 지식을 공유하는 식의 네트워킹이란 개념이 독일 기업엔 더욱 익숙하다”라고 말했다.

한상은 KOTRA 뮌헨무역관장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는다. “독일은 원래 성주 중심의 봉건사회에 뿌리를 두고 있어 각 성주 간 독립적이면서 또 협력하는 문화가 자연스레 지금의 기업문화에도 녹아 있다. 이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멀고의 문제보다 얼마나 새로운 분야에 서로 관심이 있고 또 같이 뛰어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2. 융복합 강조 산업정책

차세대 성장산업 앞서 제시

‘종전에 잘하던 걸 다시 재조합’. 독일 연방정부의 산업정책 특성이다. 즉, 업체들이 융복합산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으로 유도함으로써 부품·소재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일조한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게 독일의 ‘생태적 산업정책(Ecological Industrial Policy)’이다. 2006년 10월 발표한 이 정책은 우리로 치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처럼 독일의 차세대 성장동력을 집대성한 것. 독일 연방 환경·자연보호·핵안전부가 추진한다. 자원의 효율적 이용, 신재생에너지 활용 극대화를 통해 산업 체질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프로젝트다.

요아힘 슈발바흐 훔볼트대 경영대 교수는 “융복합 과제를 정책으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보조금, 연구개발(R&D) 지원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니 독일 부품·소재기업들이 이를 시장으로 보고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독일이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제품만 852개, 그중 태양광, 풍력 등 새로 떠오르는 기계산업 분야에서 지난해 1위 상품이 총 58개에 달하는 비결이다.

한국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는 이와 관련한 보고서에서 ‘시장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 미래 성장 잠재력 분야에 대한 투자를 극대화하되, 정부가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점, 경제, 환경, 고용 등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뉴딜(New Deal)’을 통해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강력한 추진체계를 구축한 점’을 배워야 할 점으로 꼽았다.

3. 퍼펙치오니스무스 (Perfektionismus·무결점주의)

작업공정 수치화로 효율성 높여

미국 경영학계는 1970년 이후 제품 불량률을 최소화하는 개념인 6시그마, 린(Lean) 경영 등을 강조했다. 100만개 중 서너 개의 불량품만 나오도록 생산 공정을 혁신한다는 이론이다.

반면 독일 부품업체들은 일찌감치 퍼펙치오니스무스(Perfektionismus), 즉 무결점주의를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생산 공정을 끊임없이 바꿔 효율을 높이는 게 하나, 품질 테스트를 국제 규격 이상으로 엄격하게 하는 게 또 하나다. 이때 중시하는 건 숫자다. ‘이 정도면 되겠지’ 식의 눈대중이 아니라 모든 공정, 테스트 횟수, 내구성 등을 수치화하고 또 이를 해당 직원들이 숙지하도록 시스템화했다. 지멘스 암벡 공장은 입구에 대형 모니터를 통해 전체 생산 공정을 근로자들도 쉽게 알 수 있게 했다. 작업자가 현장에 배치되면 개별 모니터를 통해 오늘 할 작업량과 작업의 품질 등을 한 번에 알 수 있게 해놓은 것도 특징이다.

부품들 역시 RFID(무선주파수로 추적할 수 있는 전자태그)를 도입, 생산단계부터 10년 이상의 이력을 찾아볼 수 있게 했다. 품질 테스트도 남다르다. 명품 가전업체 밀레(Miele)는 ‘Immer Besser(지금보다 더 나은)’란 모토로 부품 테스트 기간을 일반 업체의 2배 이상으로 설정해 한 제품을 20년 이상 쓰도록 한다. 모터의 경우 1만시간의 혹독한 테스트를 거치는 건 기본이다. 진공청소기를 예로 들면 공장 라인 곳곳에 충돌, 소음, 모터팬 진자운동, 미세먼지, 전선변형, 낙하, 핸들 등 테스트 공간을 마련해두고 중간 공정에서도 수시로 품질 테스트를 하는 게 특징이다.

사내 제안 제도가 활성화됐기 때문에 이 같은 성과가 가능했다는 분석도 있다. 슈발바흐 교수는 “직원들이 개선점을 스스로 찾아 제안하면 회사는 이를 수치화해서 매출액 기여분의 일정 비율을 인센티브로 주는 식으로 시스템화한 게 혁신의 생활화를 이끌어낸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4. 소프트웨어+하드웨어=모듈

솔루션으로 묶음 판매

“독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Deutsches Ordnung’로 직역하면 ‘독일식 질서, 규칙’을 의미합니다. 단계가 있고 장기적인 안목을 중시하는 거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준비 과정과 토론을 거칩니다. 결정 전까지 꽉 막히고 느린 듯 보이지요.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도출한 기업 전략은 지금 시대에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집약된 부품(combined solution) 전략이 이런 거죠. 단순히 부품 하나만 팔기보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에다 솔루션을 끼워 파니 장기 계약을 안 할 수 없는 겁니다.”

크리스토프 버거 교수 설명이다.

독일 발도르프에 본사를 둔 SAP의 성장사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SAP는 서버, 디스크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판매하는 전략으로 지난해 21조262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크리스토프 교수는 “소프트웨어 업체를 표방하지만 하드웨어 제조의 전문성이 뒷받침돼 있기 때문에 제품 하자가 발생하거나 오류가 있더라도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 더불어 기업마다 맞춤형으로 설비를 갖출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니 더욱 경쟁력이 높다”고 설명한다.

이런 전략은 지멘스, 보쉬, 콘티넨탈 등 다른 독일 업체들 전략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종갑 지멘스코리아 회장은 “지멘스가 자동차, 해양·조선, 화학, 철강 등 다양한 부품 분야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제품 설계부터 개발, 영업, 서비스는 물론 운영 시스템까지 지원한 덕분이다. 금융위기처럼 1~2년 내 단기 위기가 오더라도 매출 타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고 전했다.

5. 도제(Lehrling) 제도로 상시 숙련공 양성

현장서 바로 활용되는 실업교육

메르켈 정부 출범 이후 독일 부품업체들은 주당 35시간 근무를 준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독일 부품 경쟁력은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생산성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이를 가능케 한 건 장인(匠人), 즉 마이스터다. 한상은 관장은 “마이스터 급까지는 아니더라도 도제(Lehrling) 제도를 통해 상시 숙련공을 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독일 부품업체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도제 제도의 핵심은 학업과 실습을 병행하는 이원화 시스템(Dual System)이다. 독일은 통상 인문계 중등학교인 김나지움(Gymnasium) 외에 실업계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학업 성적에 따라 실업계 학교인 레알슐레(Realschule),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로 진학한다. 이후엔 학업과 기업체 현장 실습을 병행하는 베루프슐레(Berufsschule)를 선택할 수 있다. 이틀은 베루프슐레에서 이론을 배우고, 나머지 3일은 기업에서 실무를 도제식으로 배운다. 3년간의 실습을 마친 후에는 독일 상공회의소(IHK)에서 실시하는 시험을 거쳐 전문 직업인 인증을 받아 교육받았던 회사에 입사한다.

이들 중 1년 과정의 마이스터학교에서 이론, 실습을 병행하면 국가시험을 통해 마이스터가 된다.

설광일 한국부품소재투자기관협회 팀장은 “기업들이 실업학교에 설비를 대주고 학생들을 육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채용한 직원들의 재교육을 실업학교에서 병행해 유기적으로 숙련공을 조달한다. 불필요한 학력을 요구하지 않는 점, 대학을 졸업한 관리직보다 마이스터의 연봉이 높은 점 등은 꼭 배울 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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