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건설기계시장 개척하려면 '친환경 엔진' 장착은 필수
“친환경이 아니면 입을 열지 말고, ‘tier-4’ 엔진을 장착하지 않았으면 발을 붙이지 말라.”
오는 4월에 열리는 건설기계 산업시장의 올림픽 ‘인터맷(Intermat) 2012’의 화두는 ‘티어4’와 친환경이 될 전망이다.
평균 20만명 이상의 세계 건설기계시장 관계자들이 방문하는 세계 3대 국제건설기계박람회 중 하나인 ‘인터맷 2012’의 사전 준비행사가 지난 12일부터 이틀에 걸쳐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됐다.
이번 사전 준비행사는 본행사 참가를 계획 중인 130여개 업체가 부스를 만들고 올해의 신제품을 미리 소개하기 위한 자리다. 구매자들에게는 올해 신제품들의 동향을, 판매자들에게는 4월 본행사에 앞서 구매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제품들을 미리 파악하기 위한 자리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에버다임 등 3개사가 참가해 유럽, 중동 등 각국 시장 관계자들과 사전 접촉을 시도하는 동시에 중국, 일본, 미국 등 경쟁사들의 판매전략을 검토했다.
이번 ‘프리 인터맷(Pre-Intermat)’을 통해 파악한 앞으로 최소 3년 동안 건설기계 시장의 화두는 단연 친환경이었다. 인터맷 측에서 12일 첫날 중심 행사로 유럽연합(EU) 건설사 CEO들과 세계적인 석학이자 미래경제학자인 자크 아탈리를 초대해 ‘지속가능한 건설’을 주제로 논의한 것만 봐도 앞으로 유럽 건설시장이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명확히 드러난 셈이다.
이날 자크 아탈리는 “프랑스에서만 건설은 최종 에너지 소비의 42.5%(건축부문), 온실가스 방출량 중 23%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건설이 침체기를 맞았다고들 하지만 새로운 녹색시장 창출을 통해 내년부터 2020년까지 40만개의 주택이 리모델링을 통해 에너지 소비량을 38%까지 줄일 계획이기 때문에 건설은 앞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매우 전망 좋은 산업분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녹색시장과 접목한 건설기계 시장의 최종 병기는 티어4 엔진이었다.
2013년부터 미국과 EU에 적용되는 배출가스 규제제도인 티어4는 경유차의 입자상물질을 나노입자 수준까지 규제하는 것으로 실제로 규제가 적용될 경우 온실가스 및 유해물질 배출량이 기존의 50% 이상 감소한다는 것이 EU 측 전망이다.
우리나라 환경부 역시 2015년부터 단계적으로 건설기계 30종이 EU 수준인 티어4 규제를 적용받도록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개정한 바 있다.
결국 자동차 산업처럼 북미와 유럽시장 공략을 준비 중인 건설기계사들은 티어4 기준을 만족하는 엔진을 장착하지 않는 이상 자멸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현대중공업 유럽 마케팅 총책임자인 밀란 밤스테커는 “현지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친환경 규제 적용기준 준수에 중점을 두는 분위기여서 중국 업체들조차 에너지 절약 친환경 제품임을 강조하고 있다”며 “현대중공업 역시 올해 최초로 현대자동차의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한 120t급 굴삭기를 주력상품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성능면에서도 탁월한 제품이긴 하지만, 친환경 제품임을 강조하는 유럽시장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한 제품임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대여협회(European Rental Asociation)의 콜린 우드 부회장은 “최근 트렌드는 성능과 친환경은 구분하지 않는 것”이라며 “아시아 제품들이 성능만 만족시킬 경우 30% 가량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을 알지만 유럽 제품들은 화학물질규제(REACH)와 대기오염물질 규제 등 환경규제 측면을 굉장히 꼼꼼하게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점들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앞으로 단계적으로 규제가 강화되는 유럽시장 공략이 어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프리 인터맷' 참가 주요 업체 봤더니...
현지 프리 인터맷(Pre-Intermat) 현장에서 세계적인 굴삭기 전문 생산업체인 볼보는 차세대 첨단기술이 집약된 굴삭기라며 2012년 D시리즈 모델들을 소개했다. 배기가스 규제인 ‘티어4’를 충족하는 동시에 첨단 배기가스 저감장치 및 스마트 연료절감 시스템까지 갖췄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모두 비슷했다. 코드는 3가지다. 성능, 티어4 엔진, 에너지효율.
이 3가지 기준을 충족시키는 대표적인 기업에는 우리나라의 현대중공업도 포함돼 있었다.
유럽 지게차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한 현대중공업은 친환경 액화석유가스(LPG) 지게차를 선보이며 티어4 엔진 장착임을 강조했다. 국내 15배 이상 규모인 유럽 지게차 시장이 중국과 함께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올해만 26만여대의 수요가 예상되고 있어 이 같은 제품들이 주력상품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외에 오는 4월 인터맷 본행사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120t 굴삭기 R1200-9 역시 프리 인터맷에 참석한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현대가 자랑하는 100t 이상급 중장비 중 단연 최대 성능을 자랑하는 이 중장비는 소음을 최대로 낮추면서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해 연료효율을 25% 가까이 높인 점이 특징이다. 성능과 친환경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셈이다.
또한 지속적인 중국 굴삭기 시장 축소로 경영실적 관리에 애로를 겪었던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프리 인터맷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유럽연합(EU)과의 FTA 체결을 통해 세계 최대시장인 유럽시장 진출이 본격화될 경우 굴삭기, 지게차, 타워크레인, 휠로더 등의 주력 상품들이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또 작년 토목장비 제조업체를 인수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선 에버다임 역시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프랑스 현지 마케팅 담당자를 고용하며 인터맷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프리 인터맷에 참석한 노은진 해외사업본부 담당자는 “진천 공장에서 모든 제품을 완제품 형태로 제조해 수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높은 성능과 가격경쟁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이미 유럽시장에서는 어태치먼트 부문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올해는 타워크레인, 콘크리트펌프 등 6개 종목 모든 제품들의 유럽시장 공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국내 업체들의 활발한 유럽시장 공략준비에 대해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 전략기획팀은 “올해 국내 SOC 예산 및 토목건설 투자가 감소하면서 완성품 내수판매가 전년 대비 5.3%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 시장도 위축 조짐을 보이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유럽시장 진출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서유럽 주요국들의 경기가 좋지 않아 5~10% 수출 감소율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유럽시장을 준비는 하되 당장 올해 판매실적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지희기자 jh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