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본격적인 무역이 이뤄지면 산업별로는 EU 수출 비중이 높으면서 가격 경쟁력도 높은 통신, 반도체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 반면, 수입 비중이 높은 기계 및 화학과 관련된 산업은 피해를 볼 수 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첫째, 양국 간 교역 확대에 따른 수혜주와 둘째, 관세 철폐에 따른 수혜주로 나눠 볼 수 있다.
우선 관세 철폐를 통한 양국 간 교역규모 확대와 이에 따른 수혜주가 발생할 수 있다. 과거 한국과 FTA를 맺었던 칠레, 싱가포르 등의 경우를 봤을 때 FTA 체결 이후 교역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거나 해당국에서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최근 EU 수입시장 내에서 일본과 대만, 한국 등 아시아 주요국들의 시장점유율이 하락 혹은 제자리를 보이는 가운데, 저가 상품을 앞세운 중국의 시장 비중이 빠르게 확대돼왔다는 점은 한국이 EU와의 FTA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경우 EU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확보에 성공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 EU의 경우 개별 국가가 아니라 다양한 개발 단계와 수요를 지닌 다채로운 시장이기 때문에 FTA 체결 효과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에서의 고부가가치 기술 제품 수요뿐 아니라 동유럽 등 신
흥국에서의 신규 수요 확보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역협회에서 분석한 업종별 EU 경쟁력 현황 및 지난해 기준 한국의 EU 수출입 비중을 살펴보면, 한국이 EU 대비 경쟁력이 높은 업종은 조선(지난해 수출액 100억달러), 통신기기(98억달러), 반도체·전자부품(78억달러) 등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조사된 업종은 일반기계(94억달러), 정밀화학(42억달러) 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조선 및 통신기기 분야는 EU 대비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우위를 보이고 있으나, 가전·자동차는 경쟁력 축소, 정밀기기 및 정밀화학 분야는 경쟁력 열위가 확대되고 있어 FTA 체결 이후 부분적인 시장잠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세계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국가들은 경기부양이라는 미명 아래 자국 산업에 대한 구제금융·보조금 등 보호무역 정책을 사용 중이라는 점에서 FTA 체결이라는 상징적 의미 속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지속될 전망이다.
둘째, 관세 철폐 일정에 따라 산업별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사실 한·EU FTA 체결 이후 가장 직접적으로 빠르게 영향이 나타나는 부분은 관세 철폐와 관련된 협상이 될 것이다. 공산품의 경우 한국이 EU로 수출하는 품목의 99%, EU로부터 수입되는 물건의 96%에 대해 3년 이내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 나머지 1%, 4%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7년 이내에 모든 관세가 없어지게 된다. 따라서 관세 철폐 일정에 따라 산업별 영향도 다르게 나타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관세가 조기에(즉시 및 3년 이내) 철폐되는 상품 중 한국이 수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무역수지 흑자폭이 큰 상품이 가장 먼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기준에 따른 수출 수혜 품목은 평판 디스플레이와 가전제품(냉장고, 에어컨, VCR, 전자레인지), 그리고 편직물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편직물의 경우 관세가 8%로 매우 높은 편인데, 그동안 섬유제품들이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뒤처지며 수출이 부진했던 점을 상기하면 관세 철폐에 따른 가격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수출 금액 자체가 큰 자동차 부품과 무선통신기기 부품, 합성수지의 수출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반면 베어링과 중대형 자동차는 관세 폐지 폭은 크지만 수출 경쟁력이 낮으며, 특히 중대형 자동차의 경우 EU뿐 아니라 한국도 3년 이내에 관세를 폐지해야 하기 때문에 관세 철폐에 따른 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한편 한국의 주요 수출품 중 선박과 반도체, 휴대전화 등의 제품은 이미 무관세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수혜는 예상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