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 최종 타결에 실패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메리어트 카운티홀 호텔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EU 측의 캐서린 애슈턴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통상장관회담’을 갖고 관세환급·원산지 등 쟁점에 대한 합의에 나섰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최종 타결을 이루지 못했다.
EU 측은 관세환급 금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계속 주장했으나 우리 측은 관세환급 금지가 FTA 체결에 따른 관세감축 효과를 크게 축소시킨다는 점을 지적해 팽팽히 맞섰다.
김 본부장도 협상 시작에 앞서 “열심히 하겠다”면서도 “해봐야 안다. 내일 해도 늦지 않다”며 잔여 쟁점 타결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양측은 조속한 시일 내에 통상장관회담을 갖고 한·EU FTA의 실질적 타결을 위한 마지막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를 계기로 한·EU FTA협상 타결을 이뤄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고 자유무역주의의 필요성을 역설하려던 정부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아울러 미국에 이어 또 하나의 세계 거대경제권과 FTA를 타결하는 세계 초유의 국가가 되면서 글로벌 FTA의 ‘허브’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가 뒤로 미뤄지게 됐다.
양측은 지난달 23∼24일 서울에서 8차 협상을 갖고 대부분의 쟁점에 대해 협상단 차원에서 잠정 합의한 바 있다. 앞으로 5년 내 공산품 관련 관세를 완전 철폐하되 한국은 40여개 민감품목에 대해 7년 내 관세철폐 예외를 얻어냈다. 자동차 부품은 협정 발효 즉시 관세를 철폐하고 중대형 승용차는 3년, 소형 승용차는 5년 이내 철폐키로 했다.
농산물 분야에서 EU 측이 가장 관심을 보인 냉동삼겹살의 관세(25%)는 10년에 걸쳐 철폐하고 삼겹살을 제외한 나머지 냉동 돼지고기의 관세철폐 기간은 5년, 냉장돼지고기는 10년으로 하기로 했다.
EU는 관세율이 14%인 컬러TV를, 우리는
베어링과 기초화장품 등을 5년 내 관세철폐 품목으로 정했다. 또 우리는 관세율이 16%에 이르는 기타 기계류와 순모직물 등 40여개 품목에 대해 예외적으로 협정 발효 후 7년 내 관세를 없애기로 EU 측과 합의했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한·미 FTA와 균형을 기본으로 하되 △생활하수 처리서비스 △방송용 국제위성 전용회선 서비스 등 환경과 통신 분야에서 각각 한·미 FTA 수준 이상을 제한적으로 허용키로 했다.
경제연구기관들은 한·EU FTA 발효 시 수출 증대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EU의 평균 관세율은 4.2%로 미국의 3.7%와 큰 차이가 없지만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의 관세율은 높다”며 “관세가 철폐되면 전체적으로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자동차산업은 대EU 수출이 전체 수출액의 20%에 이를 정도로 비중이 크기 때문에 수출 증대 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기계산업은 우리나라의 평균 관세율(6.8%)이 EU(2.0%)보다 높아 관세철폐가 불리하게 작용하고 정밀기기는 우리 기업의 규모나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열악해 피해가 우려된다고 분석됐다. 의약, 화장품, 향료 등도 수출보다 수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