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자동차 공장 옆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중소기업 타이호공업. 토요타는 자동차 에어컨 압축기용 베어링을 전량 타이호공업에서 납품받는다. 에어컨 업체인 (주)만도가 타이호공업으로부터 수입해오는 물량만도 1년에 무려 500만달러어치가 넘는다.
타이호공업이 자동차 에어컨 압축기용 베어링 시장을 장악할 수 있게 된 것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품질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허 때문이기도 하다. 타이호공업은 베어링의 둥근 형태를 약간만 깎아내면 훨씬 잘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그 모양으로 전 세계에 특허를 냈다. 베어링 하나만 가지고 수십 년을 씨름한 기업이니 당연한 결과다 싶다.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수많은 일본 중소기업들은 일본 제조 대기업을 부활시킨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이들이 만들어낸 세계 최고 품질의 부품을 다른 나라 기업들보다 싸게(물류비가 들지 않으므로) 구입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일본 제조 대기업들은 원가와 제품력 두 가지 모두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일본 복합불황 극복기’ 취재를 위해 일본을 방문하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이 탄탄한 중소기업이었다. 더불어 이들이 최고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준 일본 사회가 부러웠다.
‘모노즈쿠리(혼신의 힘을 쏟아 제품 만들기) 중소기업’이라는 용어까지 있을 정도로 일본의 중소기업과 중소기업인에 대한 인식과 존경은 대단하다. 한 우물을 파는 중소기업인의 장인정신에 대해 사회적으로 인정을 해주니 중소기업인들도 기운이 나서 신나게 일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일본 최고 용접업체로 인정받는 도세이일렉트로빔 우에노 다츠모 사장은 77년 회사 설립 후 40년간 용접기술에만 몰두해왔다. 용접 분야 최고 전문가로 우뚝 선 다츠모 사장은 ‘민간유식자’로 지정돼 다양한 혜택을 받는가 하면 후쿠다내각 IT전략본부 민간위원으로 선출돼 정부 정책 수립에까지 관여한다. 도세이일렉트로빔에서 오래도록 용접가공기술을 연마한 숙련공들은 각종 학회와 협회 발표 때 전문가로 초청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꼭 중소기업만이 아니다. 어떤 한 분야에서 혼신의 힘을 기울여 노력해 이름을 얻은 후 대대로 가업을 물려주는 양상이 워낙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다 보니 5대를 이어진 센베이(전병)집, 100년째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하는 자루소바(메밀국수)집을 보는 게 어렵지 않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한 지인은 요즘 매일 고민 중이다. 멀쩡히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수출역군으로 일해보겠다는 의욕에 넘쳐 중소기업에 왔지만 정말 잘한 일이었는지에 대한 확신이 안 선다는 얘기였다.
“생산량의 90%를 수출하는 수출기업에 다닌다는 자족감 하나만으로는, 연봉은 물론 사회적 대우며 인식까지, 도저히 채워지기 힘든 간극이 있다”고 씁쓸하게 토로하는 지인의 얼굴과 다츠모 사장 얼굴이 오버랩된다.
[김소연 기자]